내담자와 진실하게 만나는 상담자가 되기 위하여
내담자와 진실하게 만나는 상담자가 되기 위하여
임은미(전주대학교 교육학과)
내담자는 상담자를 통해 자신을 만나고 용기를 얻고 변화를 이룬다. 결국상담은 상담자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이론을 더듬으면서, 드러나는 표정을 가다듬으면서, 다듬어진 말씨 또는 세련된 태도로 보이고자 힘쓰다보면, 어느 순간 내담자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내담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자책에 앞서, 나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 나 자신이 변화해야 하고, 나 자신이 상담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피할 수 없다. 내담자는 ‘상담자’를 만나는 것이지 결코 ‘상담자의 기교’를 만나지 않는다. 변화는 ‘상담자와의 만남’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지 ‘상담자가 부리는 기교에 의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엄숙한 현실 속에서 상담에 몸담고 살아가는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두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째는 진실성, 투명성, 일치성 회복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진실하고 투명하고 일치적인 상태는 약하고 깨지기 쉽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자가 가지는 진실성과 투명성, 일치성은 강한 것이어야 한다. 진실하지만 내담자를 향한 배려가 있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투명하지만 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안喚㉯?줄 수 있어야 한다. 일치적이어서 어떠한 위기에도 ‘자기됨’을 버리지 않는 의연함이 있어야 한다.
요즘 들어서는 날마다 이 부분에 도전을 받는다. 필요할 때 나를 숨길 수 있는 다양한 방어기제들이 진실하고 투명하며 일치적이고자 하는 나를 좌절시킨다. 방어의 옷을 입고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방어를 부르는 상처를
입히며 보낸 하루하루들. 심지어는 내담자에게도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방어로 점철된, 누군가 내 ‘가진 것’을 빼앗을까 두려워하며 보낸 오늘 하루도 나에게 또 다시 도전해야 할 과제를 남긴 채 내일로 넘어가고 있다.
둘째는 인격의 바탕 위에서 내담자와 함께 시간을 보낼 ‘소재’를 찾는 것이
다. 아마 이런 것을 지금까지 ‘상담기법’이라고 불러왔던 것 같다. 아무데서나 구사하지 말고, 왜곡되게 구사하지 말고, 기법의 절차에 충실하되, 내담자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적용할 것 등 기법을 적용하는 데는 까다로운 규칙들이 너무나 많다. 내담자를 위한 조심스런 배려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나 거꾸로 상담자가 역량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상담자의 에너지가 온통 기법을 익히는 데만 집중되는 감이 없지 않다.
차라리 ‘상담기법’을 단순화 · 표준화 시켜서, 상담과정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구사하는 연습을 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상담모형들이 이에 해당한다. 각기 고유한 내담자들에게 표준화된 상담모형을 적용하는 것에 저항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모형은 그것을 참고삼아 상담과정을 진행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도록 해줄 수 있다.
모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어 개인에 따르는 예외사항들을 적절하게 토의하고 다루어 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작업을 병행한다면, 상담자는 표준화된 길이 주는 안도감 속에서 인품의 격을 높여 진실하고, 투명하고, 일치적인 모습으로 내담자를 맞이할 준비에 더 많은 공을 꾸준히 들일 수 있을 것이다. 상담의 기술을 배우는 시간을 절약하되, 남은 시간적 여유를 내담자를 맞이할 인격을 높이는데 투자하는 상담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