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김종화 2010. 3. 6. 00:42

 

 

나는 천 개의 바람

 

내 무덤 앞에서 울지마세요.

나는 거기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습니다.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나는 죽지 않습니다.

 

 

12줄의 짧은 이 시는 영어권에서 꽤 알려져 있다.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의 장례식에서 존 웨인이 낭독하였고,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25기일에도 이 시는 낭독되었다.

그리고 미국 9.11 테러의 1 주기에서,

테러로 부친을 잃은 11살의 소녀가 이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낭독하여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토록 널리 사랑받고 유명한 시인데도

누가, 언제 썼는지에 대해서는 갖가지 설만 무성하였다.

다만, 시 전반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이미지를 근거로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승된 것을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했다든가,

1932년 메리 프라이라는 여성의 작품이란 설 등이 있었다.

 

1989년 스물 네살의 영국군 병사 스테판 커밍스는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스테판은 생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보세요"라며

한 통의 편지를 남겨두었다고 하는데,

그 편지에 이 시가 들어있었다.

스테판의 장례식이 열리던 날.

부친은 아들이 남긴 편지와 이 시를 낭독했고

이 사실이 영국 BBC에서 방영되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이들이 시의 복사본을 구하고자 하였고,

이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방송에서

가장 많은 리퀘스트를 받은 영시가 되었다.

(신 현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