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연두시대-나를 껴안고 싶을 때 보는 그림
당신의 인생에서 연두빛 배어나던 그때는 언제였나요?
우창헌의 <연두시대>를 보던 날은, 깊어가는 가을 어느날 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보고, 무작정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 그림을 책에 쓸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원고를 탈고 한후 편집자에게 넘긴 후로 이 작품이
올라오길 바라고 있지요. 우창헌의 그림은 독백하는 인간과
그를 껴안는 또 다른 나, 별이 빛나는 밤, 내 상처를
지우는 강물의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환한 시골 대청마루, 별빛이 쏟아지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지금은 볼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그 시절, 하늘과 땅은 맞닿은 듯
그 마음의 거리가 가깝던 시절이지요.
별이 빛나는 밤에, 내 안의 상처가 별이 되고
나를 둘러싼 자연이 여전히 인간을 어루고 달래며 먹였던 그때
순례의 길을 가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선,
삶은 끊임없이 걷는 것임을, 확인합니다.
우창헌의 그림에 나타나는 특징은
모든 사물과 풍광이 물의 잔영 속에 비쳐져, 상호 대칭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그 상호성은 마치 들숨과 날숨의 호흡처럼
따로 떼어서 해석하거나, 혹은 활동할 수 없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자웅동체의 형태로 밀착되어 있습니다.
지나온 날들이, 앞으로 가야할 날과
대칭을 이룰 때쯤, 청록빛 바다와 손으로 살포시 찢은 탈지면같은
솜털구름이 내 삶의 풍광을 구성합니다.
망각의 강을 건너, 상처를 넘어
현존하는 나에게로 가야 하는 시간, 여전히 상처 앞에서
진저리치는 못난 우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껴안아야 합니다......환희의 빛 연두는
희망의 색 노랑과 녹청빛 하늘이 빚어내는 연금술의 빛입니다.
그 빛 아래, 내 삶의 잔영들이 그리는 그림자의 무늬를 곱게 안아보고
여전히 숨쉬고 있는 나를 안아볼 차례입니다.
연두빛 평원을 넘어......결국은 내 안에 있는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시간
왜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일이 어려운지, 요즘들어 다시 배우게 됩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말로는 <자기애>를 지키는 것이 모든 심리적 치유의 근본이라 하지만
덕지 덕지 상처로 기워진 남루한 영혼의 옷을 벗어내기엔
내 안에는 푸른 멍울이 여전합니다.
길을 가는 사람들, 그 길이 외롭지 않은 건
누군가 내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롭지 않다는 건, 여전히 연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음이며
변화하는 세상 속, 나를 껴안아 주는 또 다른 힘들이 있음을 믿는 일입니다.
저는 참 많은 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자신의 복을 세어보지 못하는 사람, "나도 너처럼 힘들다는 걸" 너무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의 시간을 이제, 저 보라빛 강 위로 흘려보냅니다.
강물은 고여있지 않습니다. 물은 흐름으로서, 그 존재의 여정을 완성하듯
흐름의 시간속에, 여유있게 흘려보내는 지혜도 이제는 배우고 싶습니다.
순례의 길이 외롭지 않습니다.
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쓸모없다는 패배주의에 젖고 싶지 않습니다. 이 믿음을 폐기 하지 않도록
내 자신의 등을 더욱 쳐서 가야겠습니다.
연두가 좋다
쑥빛이 아직 덜 된
탁한 연두가 아니고
아주 짧은 겨울에도 견디기 힘들어
지금 막 피워낸 이파리 그 연두의
성城이 보인다
떳떳하지 않으면
그 속을 보이지 않는
연두가 좋다.
이창화의 <연두> 전편
차가운 겨울의 환, 그 시간의 벽을 넘는 연두빛 인생이
여러분의 외피를 감싸는 올 겨울이 되길 바랍니다.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합니다.
외롭거나 힘든 그대에게, 연두빛 위로의 말을 건냅니다.
부디 행복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