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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여

김종화 2010. 7. 7. 23:52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 1966)

 

기본정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프랑스 | 102| 개봉 1979.10.03
 
감독 끌로드 를르슈
 
출연 아누크 에메(안), 장-루이 트랭티낭(장)... 더보기
 
등급 국내 18세 관람가   

 

줄거리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사랑을 할까? 그리고 남자의마음과 여자의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

이 영화는 사랑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사랑 이야기이다. 장은 아내가 자살한 아픔을 안은 스턴트맨 남편이 영화촬영장에서 사고를 당해 죽음을 당한 아픔을 각각 가지고 있다.그리고 그 두 남녀는 보육원에 자신의 아이들을 맡기다가 서로 만나게 된다. 차를 타고 가면서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서로의 아픔에 대해 알게되고 서로를 좋아하게된다.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때 장이 안이 앉아있는 의자로 손을 올리는 장면에서 그 둘의 사이는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수있다. 그리고 함께 배를 타는 장면에서도 그 둘의 사랑을 느낄수 있다. 장이 카레이서 경기를 나갔을때 안은 그를 잊지못하고 그에게 사랑한다고 수줍게 전보를 붙인다. 장은 전보를 보고 바로 안에게 달려 간다. 장은 가기 전 차안에서 그녀에 대한 잡다한 생각을 한다. 이 여자가 어떻게 용기를 있게 전보를 붙였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되지? 이런 생각들로 그녀에게 달려가 해변가에서 포옹을하고 그 둘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안은 장과 잠자리를 하는 장면에서 자꾸 그녀의 옛 남편생각으로 장을 거부하게되고 기차를 타고 떠난다. 장은 사랑에 적극적이지만 안은 사랑을 하기 전 죄책감을 느낀다. 장은 당분간 친구로 지낼까? 그녀의 남편은 어떤 사람이였을까? 이런생각로 머리 속이 복잡하다. 하지만 장과안은 동시에 그들이 식당에서 재미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장은 기차역으로 차를 돌리고 그녀를 기다린다. 기차역에서 사람들 사이로 그녀가 걸어오고 다가오는 그녀와 포옹한다. 영화는 그 둘의 포옹과 함께 막을 내린다. 여자의 마음은 알수없고 복잡하다. 남자는 생각이 많지만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그 둘이 일치되는 지점이 있다. 그게 사랑인 것 같다.

 

 

보통 고전명화를 보면, 예전에는 정말 유명하고 멋지고 감동적이었을 그 영화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고전명화를 보려고 시도 하다가 몇 번 그런 좌절을 겪고 나면, 어느 순간 아주 유명한 영화라 할지라도 더 이상 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40년 전, 영화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배우들도 멋졌고, 패션도 촌스럽지 않고, 화장도 이상하지 않았다.

배경이 어색하지도 않았고, 촬영기법이 떨어지지도 않았으며, 스토리에 억지도 없었다.

어떻게, 40년전에 찍은 영화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긴 설명도, 대사도 필요가 없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떨림과 수줍음과 조심스러움,

이 영화는 그 느낌을, 단지 영상을 통해서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

 

지금의 화면과는 대조되겠지만,

파스텔 느낌의 칼라톤은 오히려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으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잔잔한 파도가 물결치는 바닷가, 그 곳을 산책하는 노인과 개의 씬은 눈부시게 빛이 났으며

흑백으로 처리될 때는 안과 장의 표정이 너무나 선명하여 마음이 읽혀졌다.

 

 레스토랑에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때 장이 안이 앉아있는 의자 뒤로 자연스레 손을 올린다. 손을 클로즈업해서 몇 번 잡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둘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 그리고 그 가까워지는 속도와 감정의 흐름에는 결코 억지가 없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함께 아이들과 배를 타는 장면에서도 그 둘의 감정을 느낄수 있다. 두 아이에게 코트를 내주어 덮고서는 마주 선 장과 안. 안을 좀 더 가까이 안아보려 장은 손을 흠칫, 뻗어보지만, 짧은 망설임 끝에 곧 거두고 만다. 아쉽긴 하지만,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좋다는, 충분히 행복하다는 느낌이 오히려 더 다가왔다.

 

 장이 랠리에 참가하였을 때, 안은 신문과 TV를 통해서 꼼꼼히 경기 결과를 주시하다가 완주하여 돌아와 인터뷰하는 장을 보고는, 수줍게 전보를 보낸다.

 

축하해요. TV에서 당신을 봤어요. 안

 

그렇게 했다가 곧 취소하고 안은 다시 전보 문구를 보낸다.

 

축하해요. 사랑해요. 안.

 

 감정의 흐름은 실로 놀랍다. 내 안에 다른 사람이 자리잡고 비집어 들어와 있다는 걸 감지하는 어느 순간, 이미 내 마음은 모든 것을 잠식당하고 만다. 그게 아주 짧은 강렬함이라 하더라도, 그 감정은 사랑이다.

 

 그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그것 역시 그 사랑이 내어주는 용기인 것이다.

 

  장은 전보를 받자마자 파리로 돌아온다. 6000km를 달려서, 그 먼길을 한숨에 달려서 파리로 돌아온다.

  며칠 랠리로 힘들고 고된 몸이었지만, 그녀의 전보를 받는 순간 그는 그 모든 피로를 잊고 만다.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립지 않고, 밥을 먹지 않아도 고프지 않다. 그저 기쁘고.... 또, 초조하다.

 그녀의 전보. 그녀의 고백. 그녀의 용기.

 그 모든 것이 놀랍고, 그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운전하는 차 안에서도 오직 그 생각뿐이다.

 도착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새벽이라 어떻게 만나나... 기다려야하나.... 집으로 가야하나.... 또 집은 어떻게 찾나... 새벽부터 관리인을 깨워야하나.... 벨은 몇 번을 눌러야 하나...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그녀는 어떻게 말할까....그녀가 난처해하면 어쩌지... 아니... 그녀가 집에 없으면 어떻게 하나...

 반복되는 질문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상상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그녀는 집에 있고..... 그녀는 난처해한다.

그렇게 밤을 새워 달려오지만, 그녀는 집에 없다. 어느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안의 딸인 프랑소와즈와, 장의 아들인 앙뚜완을 만나러 새벽같이 이미 떠나버린 것이다. 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장은 또 차를 몬다. 피곤하고 지칠법도 하건만, 그의 자동차는 그저 경쾌하다.  

 상상한 모든 가능성이 다 무너졌지만, 그 모든 준비는 허사가 되었지만, 서로를 향해 뛰어가며 포옹하는 둘... 그 어떤 준비도 예행 연습도 없는 만남이지만, 아마,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안과 장은 호텔에 묶게 된다.

 .... 아, 이 러브신.

 요즘 영화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관능적이지도 않다.

 살짝 살짝 하는 입맞춤과(물론, 40년 전 영화이니 이게 최고였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맞잡은 손에서 묻어나오는 따뜻함, 머리를 쓰다듬을 때의 다정함과 장의 팔을 쓸어내리는 안의 손길 등등은, 두 사람의 마음의 친밀감을 그대로 담아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저 밑까지 따뜻하게 했다.

 하지만 안은 장과 잠자리를 하는 장면에서 옛 남편과의 추억이 환영으로 떠올라 결국은 장을 거부하고 만다. 그 어색함과 쑥스러움과 흑백의 영상안에는 고스란히 들어난다.

 

 잊혀지지 않는 남편에 대한 알 수 없는 죄책감으로 안은 기차를 타고 파리로 돌아오고, 장은 차를 몰고 혼자 돌아오는 길. 장의 머리가 복잡하다. 사랑한다고 전보까지 보내놓고서는 안 잊혀진다고 하는 건 또, 무슨 이유일까... 그녀의 남편은 어떤 사람이였을까? 늙고 이상한 사람이었을거야라고 생각을 몰고 싶지만, 그녀의 태도를 미루어 짐작하건데 그녀의 남편이 굉장히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었을거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일요일의 멋진 만남이 고스란히 무너져버리고.... 이대로 당분간 친구처럼 지내야하는 걸까... 그러다가 영영 친구로만 끝나면 어떻하나... 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장의 마음이 분명해 진다. 안이 잠시 주저하고 머뭇거리더라도, 그녀의 감정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이제 그녀를 그가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장은 서둘러 파리행 환승기차역으로 차를 돌리고 그녀를 기다린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그녀가 걸어오고 장은 그녀와 포옹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둘의 포옹과 함께 막을 내린다. 

 

사랑을 시작한지 오래된 연인들이라면...

그 날의 설렘과 두려움과 떨림과 행복함을 기억하고 싶다면,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아마... 이 영화는 그 날의 기분을 충분히 회상시켜 줄 것이다.

 

... 이제 남과 여, 20년 후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