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물건들이 하나 둘 없어진다는 걸
제일 먼저 발견한 건 엄마였습니다.
엄마. 뭘 그렇게 찾아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 둔 것 같은데
처음엔 우리 모두 엄마의 건망증이러니
생각 했고 없어지는 물건도
쌀, 조미료 같은 하찮은 것인데다
양이 적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휴…
엄마는 빈 찬장을 보며 낮은 한숨만 지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매주 수요일
엄마가 집을 비우고 난 날이면 어김없이 일어났고
집안이 누군가의 손을 탄다는 건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었습 니다.
엄마, 경찰에 신고할까?
나는 열쇠를 바꾸고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엄마는 한숨만 지으며 그런 나를 말렸습니다.
오히려 그 좀도둑이 올 때쯤이면
기름진 음식을 만들어 놓고 일부러 눈에 잘 띄는 곳에
돈을 놓아두기까지 했습니다.
나는 그런 엄마의 선행이 못마땅해
좀도둑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문화센터에 가는 수요일
나는 도서관에 간다고 집을 나간 뒤
엄마의 외출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몇 분 뒤 달그락대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누군가 조용히 안으로 들어 오는데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야구방망이 쥔 손에
힘을 주고 있다가 그만 비명을 지를 뻔했습니다.
헉~
좀도둑이 다름 아닌 시집간 누나였던 것입니다.
어….
나는 잠시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완강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결혼한 누나가,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떠난 집을 만삭의 몸이 되어 몰래 찾은 것입니다.
돌아누울 곳도 없는 초라한 방에서
얼마나 못 먹고 얼마나 뒤척였던지
그 곱던 얼굴이 반쪽이 된 누나를 보고서야
좀도둑을 때려잡자는 말에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행복한 세상===
김내리 -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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